내가 위소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내가 위소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이유.

Posted at 2012.08.09 06:39 | Posted in 리뷰/캐릭터 탐구

내 지금껏 덕질하느라 소설책을 만권 넘게 읽어봤습니다. 하지만 책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김용보다 잘쓴다! 라고 느끼는 작가는 한명도 없었습니다. 이는 선호의 문재가 아니라 실력의 문재입니다. 김용의 소설보다 재밌다! 라고 느껴지는 작품은 간혹 있지만, 이는 그러한 책들이 김용의 무협보다 제 취향에 맞기 때문이지, 그 작가가 김용보다 잘써서는 아닙니다. 제가 지금껏 읽은 작가 중, 글을 가장 잘쓰는 작가는 역시나 김용 입니다. 그렇다면 김용이 쓴 소설 중 가장 잘 쓴 소설은 무엇일까요?


가장 좋아하는 소설을 묻는다면, 아마도 사조삼부곡이라 불리는 3작품.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가 압도적인 표를 나누어 가질 것입니다. 동방불패라는 걸출한 악역으로 유명한(비록 소설판에서는 찌질하지만) 소호강호 역시 상당한 득표수를 얻을 것입니다. 사실 전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작품이며, 각각의 장단이 있는작품입니다. 하지만 김용의 수많은 작품중 그 작품성적인 측면에서 녹정기를 뛰어넘는 작품은 없습니다. 



'즉 머리는 좋은데 공부는 하지 않는다.' 는 인간유형입니다. 저건 주로 선생들이 애새끼들 정 칭찬할 거 없을 때 쓰는 문장이지만, 위소보는 진퉁입니다. 암기력도 좋고, 말빨은 최강클래스이며, 판단력 역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먼치킨황제인 강희제 다음가는 수준이며, 본인 스스로는 강희에 비해서 안된다고 느끼고 있긴 하지만, 작중 강희가 유일하게 ‘어떤 의미에서는 자신과 대등하다.’ 라고 여기는 인간이 위소보이니 만큼 그 지적인 능력은 어마어마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위소보가 제갈공명 같은 유형의 인간인 것은 아닙니다. 우선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했고, 정사를 열심히 돌보다가 그 때문에 일찍 죽었다고 하는 제갈공명과는 달리 위소보는 만랩의 귀차니스트입니다. 자신의 주군인 유비, 그리고 유비의 아들인 모질이 유선에게 평생을 충성한 제갈공명과는 달리 위소보는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습니다. 청나라황제의 유일한 친구이자 청나라의 고위관리라는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반천복명 단체인 천지회의 간부입니다. 거기에 죽은 간신 오배의 제물을 빼앗을 때, 거의 오배급의 탐관오리인 색액도와 의형제를 맺은 뒤, 오배의 전제산 절반을 나눠 먹습니다.






하지만 위소보라는 녀석이 단순한 소인배인 것은 아닙니다. 그는 청의 황제인 강희와, 반청복명 단체의 수장인 사부 진근남 두명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있습니다만, 이는 둘 모두에게 은혜를 입었다 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강희야 말할것도 없이 위소보라는 인물의 부귀영화를 만들어준 은혜로운 주군이며, 진근남은 아버지가 없이 자랐던 위소보에게 아버지 대신에 되어준 사부님입니다. 위소보로써는 둘 중 한명을 택하라. 하는 것은 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이 두명에 대한 마음만은 진짜이며, 실제로 위소보는 작중 강희황제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혹은 진근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초개와 같이 던져버리고는 합니다. 물론 녹정기의 주인공은 위소보이니 만큼 어찌저찌 주인공보정으로 살고는 하지만, 위소보라는 인물이 비록 소인배에 귀차니즘 만랩 일지라도, 의리 하나만큼은 끝내준다는 반증입니다.


위소보 이전의 김용소설 주인공들은 비할대 없는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웅됨은 대부분이 비현실 적입니다. 그린듯이 착하고, 그린듯이 영웅스러운 그들은 인간 이라기 보다는 예수나 부처같은 느낌이 들 뿐입니다. 성품도, 무공도 타고난 이들이니 만큼 그런 그들에게 경외를 느낄수 있을망정, 그런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원래 그런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위소보는 다릅니다.위소보 이전의 김용소설 주인공들은 비할대 없는 영웅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영웅됨은 대부분이 비현실 적입니다. 그린듯이 착하고, 그린듯이 영웅스러운 그들은 인간 이라기 보다는 예수나 부처같은 느낌이 들 뿐입니다. 성품도, 무공도 타고난 이들이니 만큼 그런 그들에게 경외를 느낄수 있을망정, 그런 그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는 힘듭니다. 그들은 원래 그런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위소보는 다릅니다.


그 소인배의 전형인 위소보가 강희를 위해서 목숨을 걸때 강희가 위소보에게 얼마나 소중한 인간이며, 위소보가 얼마나 의리있는 놈인지 독자들에게 단단히 각인됩니다. 혹자는 위소보는 충과 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평생 까막눈에, 그저 영웅담을 듣고, 그들을 동경했을 뿐인 위소보에게 충이란 어찌되든 좋습니다. 위소보는 강희를 대할대도 의로서 대했을 뿐이고, 천지회의 동지나 진근남을 대할대도 의로서 대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천지회는 위소보가 위대한 중국인 이라는 별 회괴한 이념에 충성하기를 바라며, 강희는 황제인 자신에 위소보가 충성하기를 바랍니다.




강희는 본레 위소보의 황제가 아닌 친구였었다. 소현자 라는 이름으로 위소보와 만났을때
둘 사이에는 우열이 없었으며, 그저 친한 친구일 다름. 하지만 소현자가 황제라는 것을 위소보가 알게되고
두명의 머리통이 커져, 두명이 어른이 되자 친구 라는 이름의 미적지근한 관계는 더이상 유지될수 없었다.
여전히 강희는 위소보를 아끼며, 위소보 역시 강희를 아끼지만 예전가 같을수는 없는 것이다.



양쪽 모두에게 의리를 지킬수 없는 그 상황에서 위소보는 자신이 죽었다! 속이고 양 쪽 모두에게서 도망가 버립니다.


얼핏 이기적으로 보이고, 얼핏 악당처럼 보이지만, 자기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는 목숨조차 내놀 정도의 의리를 가진 위소보. 위소보만큼은 다른 김용소설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현실에 있을법한, 어딘가에 존제할법한 포스를 풍기고 있습니다. 제가 위소보라는 캐릭터를 좋아하고, 녹정기라는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위소보의 현실적인 의리, 오히려 현실적이기에 더욱 빛나는 의리에 있을 겁니다. 

  1. 미주랑
    ...여기를 들락날락 하면서 매번 느끼지만 제가 못해본것을(특히 책) 많이도 해보셨다는게 참으로 부럽습니다.

    제 자신을 반성하게되네요. 난 뭐한거야 대체...이런느낌?
    • 2012.08.09 15:51 신고 [Edit/Del]
      아니 저도 진짜 한거 없어요. 나름대로 재미난 경험이라면 한개 정도 있기는 하지만, 그 역시 결국 실패로 끝난 경험이고요... 뭐 영원한건 없지만, 그 끝이 웃으면서 끝나지 못했달까... 그런기분이죠. 사실 블로그에 글쓰게 된것도 그 실패 이후 뭐라도 안하면 미쳐버릴것 같아서 그런거라능
  2. 휘유...이제 폭염도 좀 꺾일려나 봐요.
    정말 덥네요..
    그래도 냉방병 조심하고 건강히 보내세요.^^
  3. 뭐 야동을 만 편 봤다면 살아있을 확률이 적으니까 책을 만 권 읽는 건 좋은 겁니다..(응?)
    • 2012.08.09 15:53 신고 [Edit/Del]
      흠... 야동을 보지만 그짓을 안하면 되요. 그리고 대충 계산하면 야동을 보고 그짓을 했다고 가정할때 하루에 한번꼴로 한다고 치고, 대충 반올림해서 3년에 천번이면... 30년 동안 하루 한번 하면 되겠군요.. 냉 무 ...
  4. 리오씨
    본문에 보면 릿찡님은 덕질많이 하시느라 책 만권이상을 읽으셨다고 하셨는데
    대부분 포스팅 하시는거 보면 그 만권의 책들이 덕질하느라 읽은 책들(라노벨)이 아니라 대부분 대중문학이나 교양서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듭니다. 하하
    • 2012.08.09 15:53 신고 [Edit/Del]
      흠 판소 + 라노벨 3천권, 만화책 2천권, 대중문학 5백권, 사회과학서적 1천 5백권 + 과학서전 1천5백권 + 기타 1천5백권 정도..
  5. 김용은 그야말로 신이죠... 저는 안타깝게도 사조삼부곡과 소오강호는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가장 먼저 접한 것은 녹정기였고 그 다음에 본 것이 천룡팔부였죠. 녹정기는 정말로 역사에 남을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천룡팔부도 여러가지로 뛰어난 작품이지만 주인공의 매력이 역시 녹정기의 위소보에 못 미치죠.

    그나저나 정말로 만권이상 읽으신거면 아무리 판소와 라노벨, 만화책이 5천권이어도 굉장하신데요. ㅎㄷㄷ
    • 2012.08.29 18:18 신고 [Edit/Del]
      흠. 김용의 문학중 가장 뛰어난 것은 녹정기 이지만, 가장 인기를 끈 것은 사조삼부곡이죠. 언제 한번 읽어보시면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6. 하모니
    김용은 캐릭터가 완전 살아있게 글을 쓰죠.
    메이드 캐릭터인 쌍아
    연상유부녀캐릭터 소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 2012.09.09 15:37 신고 [Edit/Del]
      일단 싸우는 캐릭터 들 이니까요. 남은 5명은 전투력 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잉여의 반열에 드는 위소보와도 큰 차이가 없지만 쌍아는 위소보와 격이 다르며 어지간한 고수급에 버금간다는 묘사가 여기저기서 나오며, 소전은 그보다 한수 위라 하죠.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