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보는 동인의 역사 3. 코믹마켓의 설립과 발전.거꾸로보는 동인의 역사 3. 코믹마켓의 설립과 발전.

Posted at 2012. 6. 13. 06:00 | Posted in 오타쿠/오타쿠학

그라콘은 코믹마켓의 개최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그 자체가 코믹마켓을 촉발한 단초는 아니었습니다. 코믹마켓의 직접적인 시발점이 된 행사는 다름아닌 '일본만화대회' 였습니다. '일본만화대회' 라는 철저하게 상업중심적이고, 철저하게 우파주의적인 단체였고, 사회비판적인 요소를 담은 작품은 대회 참가 자체를 거부했습니다. 이에 열받은 사회비판 성향의 만화가들은 일본만화대회를 비판하는 소모임을 열었습니다. 일명 '만화대회를 고발하는 모임' 이라는 이름의 그 소모임은, 학생운동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고, 대놓고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단체인 전공투 회원들까지도 포함되어 있는 상~당히 좌파적인 단체였습니다.


그리고 저 '만화대회를 고발하는 모임' 은 코믹마켓의 전신이 되었으니, 초창기의 코믹마켓은 '일본만화대회' 의 안티체제 격이었습니다. 일본만화대회가 비판적 참가자를 디스한것에 불만을 품은 코믹마켓이니 만큼 코믹마켓은 일본만화대회와는 달라야 했습니다. 따라서 코믹마켓은 대회에 비판적인 참가자도 배척하지 않는 분위기를 형성하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빨간물이 들었던 당시 일본 오덕계이니 만큼, 그리고 코믹마켓의 출신성분이 출신성분이니 만큼 상당히 좌파적인 규칙이었습니다. 자유롭게 만화를 사고파는 팬에의한, 팬을위한 만화행사라는 코믹마켓의 모토만 보더라도 약간은 좌파적 색체가 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코믹마켓은 시장. 완전 좌파적인 행사는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뭐 그리하여 적당히 빨간물이 들기는 했지만, 어찌 되었든 간에 그 근본은 돈을 받아 쳐먹으며 장사하는 시장이기에 완전 빨간물이 들지는 않은 행사. 코믹마켓이 1975년 12월 21일 발족했습니다. 32서클과, 70여명의 인원이 참가한 제1회 코믹마켓은 굉장히 조촐한 행사였습니다. 한편 초기의 코믹마켓에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코믹마켓이 무지막지하게 여초적인 행사였다는 점입니다. 코믹마켓의 중심은 여자 오타쿠 였습니다. 단 그렇다고 해서 아래와 같은 유형의 사람을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요즘에야 여자들이 만화책은 좋아하지만 동인녀는 아니라구요. 라는 말을 하면 그 진위를 의심 받지만, 당시는 달랐습니다. 잠시 참가자의 90%는 여자 중고생으로 그들이 모에한 장르는 BL이 아닌 순정 쪽입니다. 몰론 당시에 중고생이던 새내기들 중 상당수는 동인녀와 부녀자로 전직했을 것이며, 그쪽 업계의 거물로 성장한 이들도 있을법도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고, 당시의 코믹마켓 참가자들은 BL따위는 모르는 그저 청순한 순정만화 오타쿠 였습니다. 뭐, 이러니저러니 하더라도 오타쿠이니 만큼 청순한 외모를 기대하는 것은 약간 힘들태지만요. 미소년 미소녀 오타쿠? 몰론 있어요. 일반인중 미소년 미소녀 비율보다 낮을 뿐이지..


오타쿠 혁명론을 펼치는 본인이지만, 오타쿠의 평균적 외모가 떨어진다는 점까지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움직이는걸 싫어하는 오타쿠들이니 만큼, 외모적인 면에서는 안구에 습기가 찹니다.


초기의 코믹마켓은 참가 인원의 수는 적었지만 그렇기에 더욱더 빛나는 행사였습니다. 한국의 초기 인터넷을 생각하면 이해가 갈것입니다. 적은 사람이 오니만큼, 그 장르에 대해서 보다 많은 뜻을 품고있는 사람들만이 참가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교류의 격 역시 달랐습니다. 사실 초기의 코믹마켓은 동인지배포 라기 보다는 일본 전역의 오타쿠들이 모여서 자신들의 성과를 상호비교하고, 교류를 쌓는 소규모 친목 전시회에 가까웠습니다. 몰론 마켓을 표방한 이상 동인지 판매가 주력 행사이기는 했겠습니다만, 참가자수가 꼴랑 700명이니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었죠.


2회, 3회 코믹마켓은 오히려 참가자수가 점점 줄어들었고, 4회 코믹마켓은 새로 추가된 행사 중고장터에 힘있어 약간 세를 늘리기는 했지만, 그래봐야 700명 정도. 1회의 세를 회복했을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1975년과 1976년의 코믹마켓들은 코믹은 있지만, 마켓은 좀 불분명한 야리꾸리한 분위기 였지요. 그러한 조촐한 코믹마켓이 대형행사 분위기를 띄게 된것은 5회 코믹마켓 부터입니다. 5회 코믹마켓이 열린 1977년은 때마침 <<우주전함 야마토>> 라는 걸출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던 때였고, 우주전함 야마토에 힘입어, 제5회 코믹마켓의 참가자수는 13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00% 가까운 급성장을 하게 됩니다.




본인과는 성향이 안맞는 물건이지만, 우주전함 야마토는 일본 애니사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우주전함 야마토로 일애니덕후에 입문한 양덕도 상당하다.
야마토캐논 이라는 기술을 개임내 등장시키는 블리자드의 핵심멤버들도 아마 그럴것이다.
 

우주전함 야마토에 힘입어서 1977년의 코믹마켓 인원은 양적 측면으로 급성장을 하게 됩니다. 코믹마켓6은 약 2000명의 인원이 참가했고, 코믹마켓7은 약 2500명의 인원이 참가했습니다. 이로인하여 남녀성비가 어느정도는 개선이 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여전히 여성쪽이 우세한 여초행사 였지요. 이 여초성이 그럭저럭 해소된것은 보다 뒤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의 시끌벌녀석들이 인기를 끌면서 부터입니다. 이누야샤와 란마 등으로 유명한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는 여자 이면서도 모에한 여자를 그리는데 상당한 재능이 있는 만화가이죠.


여성만화가로 인해 코믹마켓의 여초현상은 그럭저럭 해소가 되었습니다. 거기에 메카닉물의 레전드 오브 레전드. 기동전사 건담의 방영이 시작되니 남녀성비는 더욱더 균형을 찿습니다. 몰론 기동전사 건담은 남자만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죠 ^^ 그 이후의 코믹마켓 에서 남녀의 성비는 그럭저럭 균형을 이루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여자들은 순수성을 지키지 못했고, 머릿속에 옛지한 거 말고는 든게 없는 수컷에게 오염당하기 시작했으니 그리하여 여자가 좋아하는 옛지의 궁극을 이루자! 라는 신종족이 탄생했고, 그 신종족을 우리는 동인녀 라고 부릅니다. 동인녀는 태생은 여자이지만, 머리 구조는 남자와 별 차이가 없고, 실재로 동인녀가 쓴 미소녀물은 남자에게도 먹히며, 그 반대 역시 가능할 것입니다.


한편 이렇게 마켓이기는 하지만, 마켓보다는 행사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성장한 코믹마켓은 몇가지의 전통을 낳았으며, 이는 코믹마켓의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코믹마켓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전부 참가자 입니다. 그 누구도 업주(...) 나 손님(...) 을 자칭하지 않습니다. 만화를 팔건, 만화를 사던 간에 우리 모두가 만화를 좋아하기에 코믹마켓에 온 동호인 이라는 의미입니다. 돈에 구예되지 않고, 돈보다는 만화를 생각하는 정신. 코믹마켓이 거대화되면서 그 정신이 아주 온전하게 남아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러한 정신이 코믹마켓 인들의 마음 한구석에 있기에 코믹마켓은 아직까지 안망하고, 매년 2회 개최되는 대형축재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대상 그 자체를 사랑하는 마음. 그것만이 극의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니.
순수한자, 열정을 가진 자는 남이 아닌 스스로에 의해 구원받으리라.



  1. 미주랑
    ......코믹마켓은 그래도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만큼 원래의 의미가 잘 지켜지고 있지만 약간은 퇴색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거군요.
    • 2012.06.13 17:23 신고 [Edit/Del]
      단체가 커졌는데 그 의미가 퇴색이 안되는 경우는 없죠. 얼마나 적게 퇴색이 되냐, 그리고 퇴색된 의미 대신 얼마나 큰 의미를 만드느냐가 게임의 승패를 가른다고 봅니다.
  2. 케이마를 보며 잃었던 순수성을 되찾았다고
    오래간만에 등장한 미사카는, 미사카는 눈물을 흘려보기도하고..
    (악어의 누, 누... 퍽)
  3. 코믹마켓. 저도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행사입니다. 동인남은 아니지만 무척이나 만화는 좋아하니까요^^
  4. 재미있네요. 하나의 문화적 현상으로 볼 수도 있을듯 싶네요.

    한국보다 참여적 문화가 제한적인 일본에서 이런 괭장히 소셜한 참여 문화가 동인을 중심으로 형성 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분석거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5. 코믹마켓에 저런 역사가 있었군요. 이쪽 계열의 작품들을 접한건 오래되긴 했지만 인터넷 정보열람을 하기 시작한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로운 정보를 얻어가네요. ^^ 처음 상업지를 본 것도 2001년으로 11년이 되어가는데 지금에서야 코미케의 시초를 알게 되는 것도 참 [...]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