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 장화신은 고양이 모에화.단편 - 장화신은 고양이 모에화.

Posted at 2012. 11. 4. 06:00 | Posted in 소설습작
약먹고 썻음 ...
... 작고는 귀찮아서 안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자새라능.






...
...

카라바스 생일 선물이야”

3년전 아버지가 사다 준 한마리의 새끼고양이를 않아 들었을 때 난 너무나도 행복했다. 녀석이 가진 새까만 털은 새로 산 가죽담요보다 뽀송뽀송 했고, 눈동자는 황금색으로 빛났다.

캣시. 내이름은 캣시야.”

캣시라는 이름의 암컷 고양이. 그녀는 내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기쁠 때건, 슬플 때건, 혹은 바보 같을 때건 상관 없이 캣시의 탐스러운 털을 쓰다듬는 일은 언재나 내 즐거움이었고, 회복약 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캣시의 털 쓰다듬기 만으로 쉽사리 회복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어쩌지 캣시. 난 이재 굶어 죽는걸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원래대로 라면 내 몫의 유산이 남아야만 했다. 하지만 나보다 10살 넘게 나이가 많은 두명의 배다른 형은 내 몫을 쏙 빼버린 것으로 모자라 나를 집에서 쫒아네 버리기에 이르렀다. 천한 여자의 자식 지금까지 꼴보기 싫었다는 악담과 함께. 지금 내가 가진 것은 몇 개의 옷가지. 그리고 캣시 뿐이다.

캣시를 집에다 남겨놓으면 그럭저럭 쥐나 잡아먹으면서 따스한 잠자리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나를 매우 싫어하는 배다른 형들은 내 예완고양이였던 캣시를 학대하거나 죽일지도 몰랐다. 그럴바에 차라리 야생고양이가 되는 편이 살아남는 방법이리라.

니야옹.”

더 이상 나하고 함께 있을 필요 없어 켓시. 난 집에서 쫒겨난 15살짜린 어린애인걸. 이런 바보같은 주인 버려버리고 니 갈길 가도록 해. 고양이는 독립적인 동물이니까 말이지.”

나는 나뭇잎을 모아서 잠자리를 대충 만든뒤 누웠다. 매일매일 침대에서 자던 나름 사치스런 생활을 하던 몸이라 그런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 그러고 보니까 장화조차 벗지 않았다. 나는 현재 내가 가진 물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장화를 머리맡에 놓은 체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아침 무렵 (…)

야 일어나!”

누군가가 나를 깨웠다. 처음듣는 여자의 목소리. 하지만 결코 낯설지 않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느낌. 그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을까? 하지만 그보다 먼저 잠이나 더 자는게 좋겠다. 졸려도 너무 졸리다.

나 참 바보 같은 주인.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도 잠이나 퍼잘 생각을 하다니 그러니까 니가 개털이 되어 쫒겨난 거다!”

그리고 머리에 느껴지는 둔한 충격에 나는 완전히 잠에서 깨버렸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다.

나이는 15살 정도 되었을까? 몸에 착착 들러붙는 엄한 슈트를 입고있기에 몸매가 훤히 들어나 보인다. 전체적으로 날씬했으며, 엉덩이와 가슴이 아주 두두러지는 몸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절벽인건 더더욱 아니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갖춰진 슬랜더한 몸이다.

얼굴 역시 매우 예뻣다. 잘 정돈된 검은 머리카락에 새침때기 같은 표정을 품고 있는 황금색 눈동자. 그리고 고양이귀. 앵 고양이귀?

캣시?”

나는 반사적으로 그 이름을 외쳤다.

바로 알아보내. 역시 카라바스야.”

그녀는 너무나도 아리따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도대체 뭐라는 거야? 저 여자 자기가 캣시라고 주장하는 건가? 하지만 말이 안되잖아. 캣시는 고양이인걸. 물론 저 여자 고양이 귀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전에 저 귀 진짜인가?

말랑.”

고양이 귀의 크기는 캣시의 컷보다 컷지만, 모양이나 만져지는 감촉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캣시의 귀가 분명했다.

, , , 뭐하는 짓이야! 이 바보!”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새빨게 졌다. 하지만 말만 그리 할 뿐이지 따로 저항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처음에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던 그녀는 점점 편안안 표정을 지어 보인다.

해해 역시 기분 조오아.”

그녀는 캣시가 분명했다. 그저 느낌을 뿐이지만, 난 그 느낌을 믿기로 했다.

네가 캣시란거 믿을게. 평범한 고양이귀 소녀는 갑자기 귀를 만지는 외간남자에게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바보 카라바스. 고양이귀를 가진 이상 이미 평범한 소녀는 아니야. 그리고 귀를 만져주는게 카라바스라면 외간남자가 아니라, 악마의 화신이라고 세상에 공표된 남자라 하더라도 알아서 대주는 여자가 수두룩 할걸. 내가 보증해. 카라바스는 미소년 이니까!”

뭐 내 외모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은 없다. 주위에서 미소년 이라고 말해주기는 하지만 남자가 얼굴로 벌어먹을 것도 아니고, 어릴적 외모는 망가지기 쉽다는 것도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딱히 얼굴 가지고 자랑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말이야. 캣시는 그냥 암컷 고양이라고. 고양이귀 소녀가 아니라.”

어제 까지는 그랬지. 카라바스의 눈물을 마시고, 정령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정령?”

정령의 발생에 대해서 명확하게 정의내려진 건 없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도 그리나와 있었다. 정령은 엄청나게 강대한 존재로 일단 부릴수만 있다면 그 전쟁은 반쯤은 이기고 들어간거나 다름이 없다. 하나 인간이 정령을 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인간은 많은 경우 정령의 먹잇감, 혹은 노리개 그도 아니면 하인에 불과했다. 다만 단 한가지의 경우 만큼은 예외로 알려져 있다.
특정 인간의 감정이 정령을 창조한 경우. 해당 정령은 자신을 창조한 인간을 정령으로 모신다.
정령의 수많은 탄생설중 하나인 인간감정 기원설에 따르면 여러 사람의 종합적 상념이 아닌 한 인간의 상념이 정령을 탄생시킨 경우, 정령은 그 인간이 죽을떄까지 따라다니며 인간을 섬긴다 한다. 그리고 인간이 죽은 뒤에는 자유의 몸이 된다.
"캣시는 진짜 정령이 된거야?"
"응. 물론이지."
"잘됬다. 우리 대따 큰 오두막집 짓고 둘이서 살자!"
나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말하려 했지만, 캣시는 나의 아담하기에 이를대 없는 계획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내 주인이면 꿈을 가져."
"뭐?"
"생각해봐. 정령을 다룬다. 그건 일국의 왕조차도 못하는 엄청난 일이라고. 나를 이용해서 마을 하나를 점령해. 그리고 그 마을을 기반으로 군사를 모으는 거야. 그리고 그 군사력과 나를 이용해서 옆 마을을점령하고, 또 점령하고, 점령하고 하다보면 카라바스는 엄청난 왕이 될 수 있어!"
캣시는 야심가였다. 하지만 캣시의 계획은 그리 완벽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말이야 캣시. 그런식으로 차츰차츰 영토를 넓혀나가면 여러 마을이나 영지들이 연합전선을 취하지 않을까? 그리고 강제로 동원한 병사들이 얼마나 잘 싸워줄지도 의문이고 말이야."
"흐으으으음."
그렇게 뭐 카라바스 왕 만들기 프로젝트는 그럭저럭 제쳐둔 체 나와 켓시는 수도의 외각 지역에 작지만 깔끔한 수세식 화장실이 갖춰진 집을 얻었다. 그렇게 나는 하루하루 연극이나 보고, 음악이나 들으며 캣시가 첫날 한 바보같은 말. 카라바스 왕 만들기 프로젝트는 잊어버렸다.


"카라바스는 바보야."
어릴적부터 그랬다. 인간으로 태어난 주재에 야심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뭐 그렇게 대충대충 사는 면이 귀엽고, 지켜주고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건 곤란하다. 그러니까 집에서 쫒겨나서 굶어죽기 일보 직전의 상황까지 왔지.
뭐 그덕에 나는 지혜와 인격 그리고, 마력에 미모까지 보너스로 얻게 되었지만, 만일 카라바스가 조금만 더 용기있고 똑똑해서 두명의 배다른 형 나부랭이들을 암살하고, 방앗간을 차지하는 식으로 갔어도 나는 그럭저럭 행복했을 거다. 카라바스의 고양이로써 말이다. 나도 카라바스도 그럭저럭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소박하게 살다가 소박하게 죽었겠지.
하지만 자고로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하는 법이다. 나는 정령. 그리고 카라바스는 그 정령의 주인. 결코 소박하게 연극이나 보고 음악회나 들으면서 살 처지는 아닌것이다. 힘을 가진 이는 꿈을 가져야만 한다.
"거기 나와!"
"나 말인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거대한 짐승. 하지만 나 역시 짐승이기에 알 수 있다. 저 짐승은 나보다 약하다. 풍겨오는 기도 그러하며, 무엇보다도 아직까지 인간의 모습을 취하지 못한다는게 그 증거다. 뭐 카라바스가 산 정령관련 서적에 따르면 태어나자 마자 인간의 모습을 취한 내가 너무너무 천재이며 상당히 강력한 편으로 꼽히는 정령들도 대부분 소멸될 때까지 인간 근처에도 못가본다고 하지만, 내가 천재인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니 넘어가도록 하자.
"못 맡던 냄새군."
"뭐 그렇겠지. 이곧에 온지 얼마 안됬으니까 말이야."
"돌아가도록 해라. 너정도의 실력이라면 이 쪼끄만 숲이 아니라 보다 큰 숲을 차지할 수 있을거다."
조그만 숲 이라고 하지만, 플렌비어 숲은 이 나라에서는 가장 큰 숲이다. 그리고 그런 숲을 떡 하니 차지하고 있는 녀석은 이 나라에서 가장 큰 정령이다. 일명 만랩토끼. 보팔래빗. 본래 토끼는 초식동물이지만, 녀석은 정령이니 만큼 평범한 토끼와는 먹는 것이 다르다. 녀석은 육식을 한다. 그것도 인간을 먹는다.
"저기 근데 궁금한게 있어."
"알려주겠다."
"인간을 먹을때 말인데 상념만 먹는거냐 아니면 고기를 같이 먹는거냐.?
난 토끼는 초식동물이니 만큼 당연히 상념막 먹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녀석은 내가 가지고 있던 토끼에 대한 여러 지식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말을 했다.
"당연히 고기를 먹는다. 고기는 맛있다. 가끔식은 상념이 필요 없어도 인간사냥을 가기도 하지. 물론 고기 때문에."
하긴 면상부터가 토끼로서의 상식은 이미 어딘가에 갖다버린 면상이다. 애초에 정령이란게 꼭 출신동물의 상식을 따르리라는 법은 없다. 나만해도 쥐 따위는 이잰 줘도 안먹는다. 줘도.
"인간사냥이라. 인간들 군대는 가만있고, 너정도면 그럭저럭 물리칠수 있을텐데 말이야."
"그럴일은 없다. 이곳의 왕과 나는 동맹관계다."
"뭐 동맹관계?"
뭔 토끼 고기 쳐먹는 소리인가? 인간과 정령이 동맹을 맺다니 그런 창의적인 발상은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 나는 적의 나라가 침공시에는 이 나라 군대의 편을 들기로 했다. 사실 무장한 인간이 500명쯤 모이면 나도 별로 자신 없기는 하지만, 나라는 존재가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에게는 엄청난 거 아닌가? 인간중에서 가장 대단한 기사도, 가장 강대한 마법사도 1대1로는 나를 이길수 없을거다. 나는 존재 만으로 아군에게는 신뢰를 적에게는 공포를 불러 일으킨다. 그 대신에 왕은 내게 외동딸을 주기로 했다. 너에게는 좀 못 미치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처녀다. 그렇게 아름다운 녀석과 관계를 맺으면 나 역시 너처럼 인간의 모습을 취하게 될지도 모르지."
"왕 말고 다른사람들은 그거 알아?"
"모른다."
그 공주라는 인간에게 잠시 동정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뭔가 대단한 작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현 왕의 외동딸이라. 그러면 왕이 죽으면 다음 왕은 누가 되는거야?"
"당연히 나다!"
녀석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뭐 나라면 모를까 인간화도 못하는 못생긴 정령을 왕으로 모실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귀를 제외하면 인간과 거의 다름없는 나라면? 아니 아예 인간이지만 정령인. 그것도 상당히 강력한 정령인 나를 손가락으로 부릴 수 있는 카라바스라면 어떨까? 내가 할 일은 정해졌다.
"아니 너는 왕이 못될꺼야?"
"뭐? 어쨰서?"
"여기서 죽을태니 말이야."
사냥이 시작됬다.

*

"어쩌다가 이리 다쳤어?"
"긁혔어."
사실 캣시의 상처가 심한건 아니다. 하지만 슈트 사이사이에 힐끔힐끔 보이는 빨간색 줄은 결코 긁힌 상처는 아니다. 긁혔다기 보다는 배인 상처. 정령인 캣시에게 이정도의 상처를 낼수 있는건. 캣시와 같은 정령 혹은 신이나 천사 악마 정도일 것이다.
"바보 같은 짓좀 하고 다니지 마."
"이정도 상처는 1주일쯤 요양하면 나아. 그리고 나보다 약한 상대였어. 전투경험이 조금 부족했을 뿐이야. 다음부터는 이런 일 없어."
"당연하지! 다음 부터는 싸우는 일 자체가 없을 태니까."
나는 응급약통에서 약을 꺼낸 뒤에 캣시에게발라줬다. 인간이 아닌 정령에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발라서 손해볼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기분이 묘했다.
"아얏!"
"아, 아파? 미안해! 조금 살살 할께."
"괜찮아. 장난이니까.'
몇번이나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했지만, 캣시는 전혀 아프지 않다면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마 내가 음밀한 곳에 있는 자그마한 상처에 손을 댈라고 치면 금방이라도 찔끔 눈물을 흘릴듯이 말했다.
"아얏!"
"아프면 말하라니까."
"장난이라고 장난."
도대체 뭐가 이리 재미있다는 걸까? 그리고 아랫쪽에 느껴지는 이 이상한 감촉은 뭐지?
"나 오줌 마려운거 같아. 캣시."
나는 서둘러 화장실에 갔다. 하지만 그부분이 심각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오줌은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

상처는 하루만에 감쪽같이 나았다. 깊은 상처는 아니였지만, 하루만에 나을 상처도 아니였는데 이리 쉽게 나은 이유는 카라바스가 발라준 약 덕분이다. 인간의 약이 내게 효과가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효과가 있던 것은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던 카라바스의 상념 쪽일 것이다. 카라바스는 나의 창조주. 그렇기에 카라바스가 나를 걱정해주는 마음은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의지할만한 무기가 된다.
그나저나 15살이나 된 주제에 너무 순진하다. 언재 맘잡고 성교육이라도 시키는게 좋을것 같지만, 조금은 더 녀석의 저런 순수한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개인적인 욕심이다. 뭐 하지만 그건 약간 더 미래의 즐거움으로 남겨놓기로 하고 오늘 할 일은 따로 있다.
"같이 음악회 가자!"
"오늘은 할일이 있어."
카라바스는 쉽게 풀이 죽는다. 풀이 죽은게 표정에 훤희 들어난다. 축 처진 고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고리. 만일 카라바스가 인간이 아닌 나같은 고양이 정령이었다면 귀 역시 축 쳐졌을 것이다. 이럴때는 약간 달레 주는 것이 필요하다.
"내일은 같이 갈 수 있을꺼야."
"응!"
하지만 오늘은 곤란하다. 오늘은 바로 국왕의 행차가 있는 날이기 떄문이다. 즉 궐로 습격하는 불편한 방법을 재외하면 이 나라의 국왕과 1대1 면담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국왕의 행차는 경비병 여럿이 호위하고 있었기에 멀찍이서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지만, 멀찍이서도 녀석의 얼굴은 그럭저럭 보엿다.
딸을 보팔레빗 에게 팔아먹는 비정한 아버지. 하지만 카라바스의 말을 들어보면 그럴 수도 있는게 왕이라고 해서 절대권력은 아니라고 했다. 절대적인 권력자 라기 보다는 여기저기서 모인 영주중 가장 힘있는 영주에 불과하다나 뭐라나. 당장에라도 더욱 힘있는 영주가 생긴다면 왕권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게 카라바스의 설명이다.
카라바스는 이 설명을 내가 평범한 고양이일때 해줬다. 그렇기에 나는 우선 카라바스를 힘있는 영주로 키우려 했지만, 저 국왕의 자식이 단지 딸 하나 뿐이라면 이야기는 훨씬 편해진다.
"쿵! 쿵!"
산에서 그 거대한 것이 내려올 때마다 사람들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보팔레빗. 이 나라의 인간들에게는 절대적인 공포로 군림하던 존재. 그 존재가 산을 내려오고 있다. 그 존재의 강림에 평범한 사람들과 호위병은 물론이오 보팔레빗을 장인 어른이신 국왕 까지도 깜작깜작 놀랐다.
그리고 잠시후 그 놀람은 더욱 거새졌다.
"보팔레빗이 상처 투성이야!"
귀 한쪽은 잘렸다. 다른 한쪽은 잘리지는 않았지만 너덜너덜 한것은 마찬가지다. 어재 내 상처와는 비교도 안될 상처의 배인 상처가 얼굴과 몸 이고저곳에 있었고, 결정적으로 등에서부터 배를 뚫는 거대한 구멍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정도의 엄청난 상처를 연달아 맞았다면 제아무리 대단한 보팔레빗이라도 살아있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분명 그리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도 지금의 보팔레빗은 그저 시체에 불과하다.
"콰왕!"
나는 일부러 큰 소리가 나개끔 보팔레빗을 땅에 박았다.
"카라바스 후작의 하인이자 기사 캣시가 이 나라의 지존을 뵙습니다."
국왕이란 작자의 표정만 봐도 알수있다. 저녀석 내게 쫄았다. 내가 시체로 만들어논 보팔레빗에게 쫄아서 금지옥엽 외동딸과의 결혼을 약속할 정도의 위인이다. 뭐 나름대로는 인간이 아닌 정령. 그것도 숲의 주인이 될 정도의 대정령인 보팔레빗 이라면 그럭저럭 괜찮은 사윗감이다. 라는 계산 같은걸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런인간 난 혐오한다.
미남이나 미소년 정령이라면 그렇다 치자. 그 토끼라기 보다는 곰과 호랑이와 사자를 이상하게 짬봉해놓은 괴물딱지에게 딸을 줄 생각을 도대체 어떤 정신나간 아버지가 하는가?
"어, 어, 어, 어. 그래."
"이 못생긴 토끼는 저의 주인께서 폐하꼐 보내는 예물입니다. 이 못생긴 토끼가 폐하의 소유물인 이나라의 국민들을 해친다는 말을 들은 후작님께서 제게 친히 명령하신 일이니 부디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왕은 좋아하지만은 않는 눈치다. 보팔레빗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의 정치적 동맹자 비슷한 존재였을 것이다. 국왕은 보팔레빗을 토벌하자는 의견을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묵살하여 보팔레빗의 안전을 책임져주고, 보팔레빗은 국왕이 지못한 정적들의 영지에 피해를 입히는 식의 동맹. 거기에다가 장인사위 관계까지 맺는다면 그 동맹은 더욱더 확고해진다.
하나 그런 복잡한 사정이 있는 국왕과는 다르게 다른 이들은 반기는 눈치다.
"이재는 매일 공포에 떨지 않아도 돼!"
"카라바스 후작 만세!"
국왕 역시 상황을 보고는 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내 후작의 선물을 고맙게 받겠네."
뭐 나름대로 수십년 국왕질 해쳐먹으면서 한 경험치가 있는지 아니꼬운 눈으로 자새히 보지 않았다면 나 역시 진짜로 녀석이 기뻐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표정이다.
"그럼 이제 본론을 말하겠습니다. 이 토끼는 저의 주인님께서 폐하께 드리는 예물 이기도 합니다."
"예물?"
"내 그렇습니다. 카라바스 후작께서는 이 나라 최고의 미인이라 알려져있는 공주마마에게 정식으로 청혼신청을 하고 싶어하십니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듣도보도 못한 잡종놈의 청혼이다. 후작 이라고는 하지만 카라바스 라는 이름은 그 전까지는 들어본 적도 없다. 녀석은 카라바스가 누군지 모른다. 카라바스 후작이 70이 넘은 노인이나, 엄청난 추남이더라도 녀석으로써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딸과 거대토끼를 약혼시킬 생각을 한 매정한 아비다. 녀석은 내 제안을 반기는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왕국에 경사가 겹쳤군. 일단 그 영웅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네. 나와 내, 딸과, 그 영웅 셋이서 같이 말이야."


"캣시는 바보."
온 나라가 카라바스 공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팔레빗을 토벌할 정도로 강한 정령을 부리는 정체불명의 대귀족. 카라바스 공작. 뭐 정령 말로는 공작이 아닌 후작이라고 했지만, 정령을 그것도 보팔레빗보다 강한 정령을 부리는 대귀족이면 적어도 공작은 아니겠냐 라는 이유로 어느샌가 그 대귀족은 카라바스 공작으로 굳어져 버렸다. 하기사 카라바스 공작과 미인으로 소문난 공주님이 결혼하는게 사실이라면 공작작위, 아니 이나라 왕에 취임하는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이나라 최고의 미소녀 라고는 하지만 내 장담한다. 그녀는 이나라 최고의 미소녀가 결코 아니다. 뭐 얼마전까지는 실제로 이나라 최고의 미소녀 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캣시가 정령이 되는 순간 그 타이틀을 수비하는건 그 공주가 인간인 이상 결코 무리다.
"나왔어. 아 그리고 말이야 언재 날짜좀 비어놔 좋은 작전이 있으니까."
"관심없어. 나 독신주의자라고."
널 좋아한다고 고백해 버릴까 라는생각도 든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고 그녀는 정령이다. 내가 그녀를 정령으로 만든 장본인 이기에 그녀는 일시적으로 날 따르고 있지만, 그것도 내가 죽을때 까지만이다. 즉 나는 영원히 그녀의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 그러한 점이 캣시에게의 고백을 망설이게 했다.
"공주가 목표가 아니라 이 나라가 목표야!"
"나라라."
천하통일! 하면서 거기에 목숨을 거는 인생도 분명 있다. 하지만 내 장담하는데 그런 인생을 즐기며 사는 이들은 분명 어딘가 상처를 받은 이들이다. 무언가 채워질 수 없는 콤플렉스가 있기에 그 콤플렉스를 잊기 위해서라도 더 높은 하늘만을 쳐다본다. 그리고 끊임없이 날아간다. 설령 그 끝이 파멸일 지라도.
하지만 내 유년시절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어머니가 없는 데다가 내 신분은 서자였지만, 아버지는 자상하신 분이었다. 게다가 특히 나를 귀여워 하셨으니 어린시절의 콤플렉스 같은건 없다. 배다른 형들에게 쫒겨났을 때는 그럭저럭 콤플렉스가 있어질 만도 하련만, 영웅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난 같은걸 겪기도 전에 캣시가 짠 하고 나타나 나를 구원했으니 그럴 일도 없다.
참고로 날 쫒아낸 배다른 형 두명은 뒷간에서 변사체로 발견되었다 한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거의 확실했지만, 딱히 캣시에게 추궁하지는 않았다. 개네들의 생사 여부에 딱히 큰 관심이 있는건 아니다. 용서할 생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따로 찾아가서 복수할 생각도 없다. 게네들 입장에서는 카라바스 라는 배다른 막내동생이,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그 막내동생이, 자신들의 제산을 전부 독차지 할지도 모르는 검은 양 같은 존제였겠지.
"한번뿐인 삶이야. 하고 싶은건 다 하는게 좋다고 생각해!"
캣시는 자신만만 했다. 얏궂게도 나는 나와 다른 모습의 캣시가,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캣시가, 나의 부족함 점을 채워주는 캣시가 미치도록 좋았다. 이제껏 고백도 못한 바보같은 사랑이지만 말이다. 
"난 결혼같은거 하고싶지 않아. 그냥 혼자가 좋아."
"넌 왜그래 기껏 신경써 주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건 결국 너의 자기만족일 뿐이잖아."
그렇다. 나는 캣시가 나를 위해 위험을 무릎쓰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냥 옆에만 있어주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그것이 내가 캣시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그걸 말로 표현할 용기가 없다. 결국 이런 바보같은 말이나 할 뿐이다.
"찰싹!"
맞아도 싸다.
"미안해."
"도대체 네가 왜 사과 하는건데."
그렇게 삼일 캣시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아무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나를 떠났다.


*


바보같이 난 어째서 카라바스를 떄린 걸까? 하지만 아무리 후회를 해도 그 내가 카라바스를 떄린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카라바스는 아무말도 안했다. 차라리 외출이라도 가서 연극이라도 보고 하하하 웃어주면 마음이 풀리겠지만, 요사이에는 연극도 음학회도 가지 않는다.
이건 아마도 아니 분명히 나 때문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도저히 참을수 없게 되었다. 사과라도 해야되나 싶지만 먼저 사과하기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최소한 뭐라도 선물이 있어야 할꺼 같아. 그렇게 카라바스에게 줄 선물을 생각하며 나는 결국 일을 저질러 버리고 말았다.
북쪽의 북쪽. 온 세상이 눈으로 덮인 곳.
그곳에 사는 강한 정령. 흑룡왕.
소문에 따르면 흑룡왕은 정령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다. 이 세상을 창조한 절대자. 인간들이 신이라 부르며 숭배하는 이. 모든 과거를 알고 모든 미래를 아는 왕 중의 왕. 신 중의 신. 사람은 물론이오 정령조차도 녀석이 얼마나 오랫동안 살았는지 정확히 아는 녀석은 없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살아온 녀석은 너무나도 심심했는지 일대일이건 일대다수건 간에 자신과 싸워 이기는 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이라고 하는 그의 겨울의 궁전과, 불로불사를 주겠다고 세상에 알렸다.
그것이 약 천년전 일이다.
하지만 정령 중에서는 그에게 도전하는 이가 없었다. 어차피 겨울궁전은 흑룡왕을 쓰러트릴수만 있다면 굳이 그가 주지 않더라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룡왕이 수없는 세월동안 그 아름다운 궁전의 주인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흑룡왕보다 강한 정령이 없어서 라고 한다.
그저 가끔식 인간들이 인간으로써는 얻을 수 없는 열매인 불로불사를 노리고 흑룡왕에게 도전했지만 그들 중 흑룡왕을 이긴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녀석은 너무나도 약해 보였다.
"새로운 도전자인가? 정령 중에서는 네가 최초로군. 조금은 재밌을지도 모르겠어." 
평범한 중년남성의 모습. 중년이라고는 하지만 동내에 널리고 널린 아저씨가 아닌 미중년 이며, 몸은 근육질 이지만 특별이 느껴지는 패기나 마기가 있는건 아니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얼굴로 먹고사는 연극배우 같아 보인다. 차라리 패기로만 치면 보팔레빗이 저녀석보다 강해 보였다. 하지만 저녀석은 보팔레빗 과는 다르게 인간화를 훌룡하게 성공시킨 상위의 정령이다. 나와 같이. 결코 얕볼 상대가 아니다.
"상당히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군. 고양이 아가씨."
"뭐가?"
"너와 같이 라고 했나? 내 인간화는 너의 인간화와는 차원이 달라."
내 생각을 읽었어? 가슴을 꽤뚫는 듯한 섬뜩한 느낌이 들었지만,
"당연하잖아. 예쁘기도 내가 훨씬 예쁘고 기세도 내가 더 강해."
"예쁜건 인정해. 하지만 말이야 내가 취할수 있는 인간의 모습은 이것 뿐만이 아니야. 너도 들은적은 있을꺼야. 흑룡왕은 자유자제로 변신을 할 수 있다고. 뭐 소문이란건 대부분 과장되기 마련이지만, 그 소문 만큼은 맞아."
녀서은 마치 인간화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말했다. 그건 불가능하다. 정령 한명단 인간화의 형태는 하나. 그건 불문율이다. 녀석이 재아무리 대단한 정령이라 하더라도 그럴순 없다.
"바보야? 신이라도 그건 불가능해."
"가능해. 물론 나라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인간모습을 취할수 있는건 아니야. 이 아저씨 모습의 유년기, 소년기, 청년지, 장년기의 모습을 취할 뿐이지. 그전까지는 유년기나 소년기의 모습을 주로 취했지만 요새는 질리는군."
그리고 녀석은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 그게 진짜로 가능하다니 싸우기 전부터 지고 들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역시나 녀석의 패기는 약했다. 그냥 녀석은 변신능력만 뛰어난, 그 병신능력으로 지레 겁을주고 최강이라고 뻥치는 허당 최강자 일지도 모른다.
"전부 허접하내. 연극배우로 취직하면 딱 좋겠어."
"그게 바로 관건이지. 기를 팍팍 풍기가 고양이 귀 조차 숨기지 못하는 대부분 정령들의 반쪼가리 인간화와 내 인간화가 다른점이 바로 그거야. 내가 허접하게 보이는건 실제로 허접한게 아니라. 너무 인간같도록 변신을 잘 했기 때문이지."
그리고 녀석은 녀석이 가진 정령으로써의 증거물을 용의 날개를 꺼냈다.
녀석의 긴 머리와 함께 휫날리는 검은 색의 날개. 박쥐의 날개와 비슷하지만 박쥐의 날개와는 다르다. 박쥐의 날개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먹잇감의 날개. 나로부터 도망치기 위한 날개 라는 느낌이라면, 저녀석의 날개는 포식자의 날개다. 녀석으로부터 도망가는 나를 도저히 도망갈수 없게 만드는 날개. 나의 죽음을 확정짓는 날개.
"아 참고로 이재 항복은 없어. 둘중 하나야. 싸우고 죽던지. 그냥 죽던지. 혹시 알아? 마음에 들게 싸우면 살려줄지 말이야."
이런걸 희망고문이라고 하는건가? 하긴 지금껏 녀석에게 도전한 정령은 나 하나다. 어쩌면 녀석은 인간에 비해 극소수만 존재하는 정령은 최대한 죽이지 않는 정령보호론자일지도 모른다.
"아 너를 안죽이겠단건 아니고. 니 애인."
"카라바스는 왜?"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데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야. 너는 지금껏 평범한 고양이로 산 3년 남짓한 세월동안 쥐를 가지고 논 적이 한번도 없나? 아마 수도없이 많을껄. 나한테는 너나 니 인간남친인 그저 쥐새끼일 뿐이다. 바보같은 고양이야."
그렇게 나는 최선을 다해서 녀석의 심장을 노렸다. 하지만 녀석은 내 발톱을 장난처럼 피했고, 가끔식은 장난삼아 내 발톱을 맞아 주었지만, 그녀석이 몸이 꽤뚫린 것이 아니라 되려 내 발톱만 부러질 뿐이었다.
그리고 녀석이 장난스럽게 때리는 몇몇 공격에 나는 피를 토했다.
이재는 버틸수 없다.
"그냥 죽여. 이만하면 됬잖아. 나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뭐 그런것 같긴 하내. 그렇게 사정없이 발톱을 쑤셔 박다니 말이야. 아주 조금은 아팟다고."
"뻥치시네. 1mm도 안들어 갔어. 오히려 발톱 절단난 내가 더 아프다고."
고양이의 발톱은 신경이 이어져 있다. 피가 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미친듯이 아프다. 다만 성한 구석이 없이 온몸이 멍 투성이기 때문에 그 아픔이 상대적으로 묻힐 뿐이다.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리고 병신이 된 곳도 없다. 다시 말하면 녀석은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이야기다. 만일 녀석이 제대로 마음먹고 공격을 했다면 난 그자리에서 즉사했을 거다.
"뭐 열심히는 싸운 것 같내."
"그러면 약속대로 카라바스는 살려 줘."
"하함~. 사실대로 말하면 별로 그녀석 죽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건 아니야. 성을 나가면서 까지 직접 죽이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녀석이 이 성에 쳐들어 오지 않는다면 애초에 녀석을 죽일 생각은 없었어."
그 순간 온몸의 힘이 탁 하고 풀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내가 녀석을 죽일수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봐야지."
"무슨 소리야?"
"이번엔 내족에서 정식으로 결투를 신청할 생각이야. 카라바스 후작 각하에게 말이지."
 


-카라바스 후작에게-
감히 겁없이 내게 도전한 너의 하인은 내가 대리고 있다.
살리고 싶으면 니가 직접 와서 찾아가라.
-흑룡왕-

- 추신 : 이거 결투신청 맞다.



이런 내용의 편지가 전국에 뿌려졌으니 모를레야 모를수가 없다. 캣시 그 바보같은 녀석 도전을 해도 하필이면 흑룡왕에게 도전을 한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상한 생선을 먹으면 그런 정신나간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난 지금 흑룡왕의 궁전 근처에 까지 와 있다.
"이 이상은 못가 드립니다. 하지만 말이죠. 손님 아무리 흑룡왕과 카라바스 후작의 결투가 구경하고 싶으셔도 너무 위험합니다. 보나마나 카라바스 후작이 질것이고, 흑룡왕은 인간을 벌레 취급 하는 녀석이니까요."
나는 흑룡왕 최강설을 굳게 믿고 있는 마차 주인에게 내 정체를 말하지 않았다. 뭐 자랑할 것도 없다. 캣시가 없는 나는 그냥 널리고 널린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래도 갈거에요."
"하지만 카라바스 후작이 오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정령이 가치가 높다곤 하지만, 목숨보단 소중하지 않으니까요."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없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던 떄가 있었다. 하지만 요새 워낙에 바보같은 일을 많이 겪다 보니 가끔식은 목숨을 걸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밌는 즐길거리라는 생각이 든다. 캣시가 정령이 된게 내 상념이 낳은 힘이라면 캣시의 그런 목숨 아까운지 모르는 성격은 내게로부터 유례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증거로 나는 한발짝 한발짝 내가 죽을 장소에 다가갔다.
"왔냐?"
궁전의 앞에는 이미 거구의 남성이 팔짱을 낀 체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궁전의 꼭대기. 눈보라 꽁꽁 몰아치는 곳에서 십자가에 묶인 가련한 소녀. 뭐 저 상황에서도 표정은 가련하다기 보다는 심통을 있는 힘 껏 부리는 표정이기는 했지만, 하여튼 간에 난 드디어 캣시를 만났다. 하지만 거의 2주일 만에 만난 그녀는 반가움을 표하기는 커녕 있는 힘껄 화를 냈다.
"여긴 왜 왔어?"
"바보야 죽는다고! 저 녀석은 널 죽일 생각이야."
죽는다라. 뭐 사실 캣시가 정령이 되지 않았더라면 집에서 쫓겨났을때 이미 굶어죽었을 목숨이다. 아깝진 않다.
"거기 아저씨. 한가지만 약속해. 승패에 관계없이 저녀석은 살려줘."
"뭐 그러지. 하여간에 진짜 바보로군. 남을 위해서 목숨을 건다라. 난 그런식의 개죽음은 진짜 싫어하는데 말이야."
"뭐 사랑에 미치면 바보가 된다고 하잖아."
나는 캣시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건 고백이다. 물론 이 고백은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과는 비교도 안되는 세월, 어쩌면 영원일지도 모르는 세월을 살아갈 정령 캣시에게 평생 덜지 못하는 고통을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 말은 해야겠다. 결국 내 자기만족이니까. 난 이기적인 녀석이니까. 캣시 저 바보 따위야 어찌되든 상관 없으니까.
"분명히 말해두지. 난 자랑스러운 솔로부대의 일원으로써 사랑에 감동해서 살려줄 생각 따위는 없어. 너 반드시 죽인다."
"솔로부대라고는 하지만 옛날애는 애인이 있었을 거 아니야."
하지만 녀석은 너무나도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한 방울의 눈물조차 맺혀있지 않았지만, 단지 표정뿐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녀석의 슬픔을 알기에는 충분했다.
"뭐!"
흑룡왕은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온 정령. 그 오랜 세월동안 애인이 한명도 없었다고?
"진짜야 진짜 애인 가져본 적 없어?"
"진짜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물론이고, 십자가에 묶여있는 캣시까지도 미친듯이 웃었다. 공포의 대상이라는 흑룡왕이 솔로라니.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아왔건만, 그 영원에 가까운 세월동안 단 한번도 그짓을 하지 못했다니. 이건 도대체 뭔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이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인간세상에 돌아간다면 정말 좋을텐데 말이야."
"그럴수 없으니까. 그 엄청난 지식을 알려준거다. 목 씻고 준비하도록 해."
그리고 녀석은 칼을 빼든다. 금방이라도 찌를 것 같은 기세. 하지만 나는 손을 저었다.
"너무 불공평하네."
"뭐가?"
"나는 인간 그리고 너는 정령. 그것도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솔로로 살아온 대정령 이잖아. 싸움으로 맞써면 당연히 상대가 되지 않아. 그러니까 다른 제주로 나와 싸워줬으면 해."
녀석은 골돌히 생각을 하더니 승낙했다.
"뭐 그것도 좋겠지. 애초에 결투를 받기 시작한 것 자체가 너무나도 무료해서 이니. 좋아 어떤 제주로 겨룰 것이냐?"
"변신술."
잠시의 정적이 흘렀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흑룡왕은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주 잠시 희망의 빛을 보았던 캣시의 얼굴은 흙빛이 됬다.
"바보야! 바보야! 바보같은 소리 하고 자빠지지 마! 저녀석은 존재하는 모든 것으로 변신할수 있어! 근데 넌 변신 자체를 못하잖아! 이 바보 도마뱀아! 그냥 저런 약해빠진 인간 괴롭히지 말고 나랑 싸워! 내가 죽어줄께!"
"재밌어! 재밌어! 너무 재밌어! 대충 져주고 싶을 정도로 말이야. 좋아. 그러면 일단 너 변신해봐. 뭐라도 변신에 성공하면 니가 이긴 샘 치도록 하지."
나는 온 몸을 웅크렸다. 그렇게 온 몸을 최대한 둥글둥글 하게 만든뒤 온몸에서 엄습해오는 쪽팔림을 무릎쓰고 말했다.
"이건 경단이야."
"카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진짜 바보 아니야 너?"
"그러는 너야 말로 경단으로 변신해봐! 너는 못하니까 이런거 아니야!"
"그거야 너무나도 쉬운 일이지!"
녀석은 뭐라뭐라 주문을 외우더니 뿅! 하는 소리와 함께 먹음집스럼 경단이 되었다. 그떄다! 나는 온 힘을 다해 흑룡왕에게, 아니 경단에 달려갔다. 그리고 온 힘을 경단을 씹어먹었다.
"꿀꺽."
"카라바스!"
캣시가 환희 웃었다.
"이겼어. 캣시!"
바보라니. 이런 바보같은 장난에 걸리는 주재에 누굴 바보라고 하는거야. 진짜 바보는 내가 아니러 너라고 이 바보스러운 도마뱀 자식아. 승리했다는 기쁨이 하늘을 찌를 듯 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매우 잠시. 잠시후 벌어지는 복통. 그리고 내 배를 뚫고 나온 하얀 발톱은 뭔가 잘못 됬다는걸 알게 해줬다.
"컥!"
하얀색 발톱은 내 배를 완전히 관통했다. 그리고 내 배를 뚫고 바깥공기를 쌔게 된 하얀색 발톱은 점점 커지더니 흑룡왕의 모습으로 변했다.
"거기 바보같은 고양이. 너 설마 내가 마음을 읽을 줄 안다는 걸 잊어버린 거냐?"
"카라바스!"
그 순간 캣시가 자신을 묶은 줄을 끊고 흑룡왕에게 달려 들 수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까웠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캣시의 돌진 공격은 허무하게 막혔고, 이어지는 흑룡왕의 내려치기 한방에 캣시는 내 바로 옆에 처참히 널브러진 신세가 됬다.
"이런 바보같은 짓 해서 미안해! 그러니까 죽....지....... 마......... 바아..............보......"
점점 목소리가 희미해진다. 잠에 빠져든다. 여기서 눈을 감으면 달콤할 것 같다. 마치 피곤할떄 자는 잠과도 같이. 하지만 그렇게 자기전에, 단 하나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키....스 해줘."
그녀는 내 말을 들었을까? 그녀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고 잎술을 포개려 하는 거 보니 들은 것 같다. 캣시의 입 안은 달콤했다. 혀 끝을 찔러오는 느낌.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달콤하면서도 시큼한 맛. 그리고 온 몸이 산산히 부서지면서 재생이 되는 것 같은 느낌. 이런 느낌을 연달아서 받는 것은 캣시와의 키스 때문일까? 그게 아니면 내가 죽어가기 때문일까?  난 그렇게 눈을 감았다.
.
.
.
"아직 안죽었으니까. 약간만 더 해줘."
캣시가 키스를 그만뒀을 때 말함으로 해서 키스를 연기했다. 부디 죽을 떄 까지만이라도 ...
.
.
.
"조금만 더."
그렇게 계속해서 이어진 키스는 10분 가까이 지속됬다. 하지만 난 여전히 죽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소리가 안들리기는 커녕 들려오는 소리가 더욱더 또렷해졌다. 그러고보니 아프지도 않다. 분명히 흑룡왕에 의에서 배에 엄청난 구멍이 생겼을 텐데.
"니가 이겼군."
흑룡왕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이거 이거 생각보다 둔하군. 아니 뭐 둔한게 당연한가?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게 지성이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확실히 이런 국면에서는 본능이 좀 많이 부족한 면이 있지. 그러니까 말이야. 흠. 네 귀를 만져봐."
무슨 뜻이지?
"어!"
귀가 없다.
"거기 말고 좀더 위!"
이번에는 캣시가 말했다. 좀더 위? 그곳에는 확실히 귀 같은게 있다. 캣시의 것과 비슷한 감촉의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고양이 귀. 다만 그 귀를 만질때 손 끝 뿐만 아니라 귀 끝에 까지도 간질간질한 느낌이 났다.
"그러니까 넌 고양이 정령이 된거다."
"고양이 정령?"
"그래. 네 여자친구를 정령으로 만든 정령수가, 다시 말해서 너의 눈물 일부가 너의 여자친구의 혀에 고여 있었던 모양이야. 아니면 네 여자친구가 새로 정령수를 만들어 냈거나. 뭐 둘중 하나일거야. 아마도. 아무튼간에 넌 인간에서 고양이 정령으로 변신 했으며, 지금 당장에라도 고양이로 변신 할 수 있을테니 이 대결은 내가 진 샘이군. 축하해. 영생을 손에 넣은거 말이야. 뭐 정확히 말하면 정령이 영생인지 아닌지는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껏 정령이 늙어죽었다는 소리는 못들었으니 대충 영생으로 치지 뭐. 그리고 이 겨울궁전도 너 줄께. 신혼집으로 쓰도록 해."
솔로부대의 일원 이라면서 커플에 대한 무한한 증오를 표하던 흑룡왕의, 뭔 바람이 들었는지 그가 증오에 마다않는 커플특공대 소속인 나와 캣시에게 과도한 친절을 배풀었다.
"착각하지 말도록 해. 그냥 약속을 지키는 것 뿐이야. 워낙 아름다운 집이니 만큼 고양이 정령 따위가 가지는건 조금 과분할지도 모르겠지만, 지성이 뚜렷한 상급정령은 다들 엄청나게 독선적이기 때문에 두마리 정령이 연합해서 여기 쳐들어 오는 일은 없을거야. 그러니 두명이서 한마리한테 덤빈다면 재아무리 강한 정령이 찾아와도 밀리지는 않을거다. 아. 나만 빼고."
그 말은 마친뒤 녀석은 거대한 용이 되어서 하늘을 날아올랐다.
맥이 탁 풀린 나는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때 나는 내 엉덩이에 꼬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도로 일어났다.
"대단해 카라바스! 흑룡왕을 이기고 겨울궁전을 차지하다니. 이건 엄청난 업적이야! 하지만 그보다 더 좋은건 카라바스 하고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거야!"
캣시가 달려들었다. 나는 하얀 고양이로 변해 그걸 피했고, 캣시 역시 까만 고양이로 변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캣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옹."
"야옹."
"야옹."
"야옹."

-END-

  1. 미주랑
    .........난 썩었군. 야한게 나오길 기대했는데...............
  2. 그림이 없어! 모에선이 난무하는 그림이 없어!!(탕탕탕)
  3. 잘 쓰셨네요. 왠만한 라이트노벨과 비교해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아요^^ 잘만 다듬으시면 소설가 데뷰 하실 수 있겠어요^^ 모에인데 야한 장면 안나오는 건 저도 좀 유감입니다^^
  4. oh+
    소재는 괜찮으신듯. 저번에 메이드도 그렇고, 소재잡는것 하나는 잘하시네요.

    다만 단편이라 그런지, '방금 집에서 쫒겨난 15살 짜리의 서러움' 같은 묘사가 모자란다는 느낌이 듭니다.

    사람들 사고방식이 연령대마다 조금씩 특징이 있잖아요? 15살 짜리. 즉 조숙한 청소년이나, 아직 어린 티를 벗지 못한 아이를 보고있는 느낌이 아니랄까. 뭐랄까 좀 밋밋함.

    몇몇 조금 어색해 보이는 표현도 있네요. '가장 가치가 높은 장화' 보다는 그냥 '제일 비싼 물건인 장화를' 같은식으로 조금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필요해보입니다...라고 말씀은 드리지만 작고를 안하시고 여기까지 쓰신겁니까?!?

    ...전 이렇게 덧글 하나 달 때도 몇 번 씩 고쳐쓰고 그러는데;; 부럽네요.

    일단 아직 초반부까지 안 읽었으니까 다 읽고 감히 몇 자 더 끄적여볼까 합니다만..

    저번에 이 짓 하다가 욕먹은 일이 있어서 미리 허락 받기 + 비밀글 콤보가 아니면 안할라요.
  5. 소설쓰신건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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