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부터가 오타쿠이고, 어디서부터가 아닌가.어디서부터가 오타쿠이고, 어디서부터가 아닌가.

Posted at 2012.12.12 09:53 | Posted in 오타쿠/오타쿠학

 

일단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를 살펴보자.


1. 무언가 한가지 분야에 미칠 정도로 열중하는 이들을 오타쿠라 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야에 열중하는 이들을 전부 오타쿠라 부르지는 않는다.


수학 오타쿠
과학 오타쿠[각주:1]
영어 오타쿠


이런건 애초부터 성립이 되지 않는 단어다.[각주:2] 애시당초 덕후라는 단어가 붙는다는건 돈을 못벌어오기 떄문에 덕후인거다. 만약 똑같이 만화를 그리는 녀석이여도 그냥 네이버 도전만화에나 올리고 있으면 하루하루 쌀만 축내는 덕후. 단 재주는 있기 때문에 취업 가능성은 있는 덕후이지만, 그 만화가 정식으로 연재되고, 단행본으로 나와서 수만부씩 팔리면? 그길로 전문가가 되는거다. 본래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말해주는 사회다. 사농공상? 직업의 귀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딴거 없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저 돈을 못버는 사람이 천할 뿐이다. 사실 의사나 청소부나 Dirty 라는 측면에서는 비슷비슷하게 더티하다. 아니 차라리 쓰레기 치우는게 낫지. 남 입냄새나 허구한날 맞고있는 치과의사는 Dirty의 극치이며, 외과의사는 더티하다 못해 고어하다.

거기에 허구한 날 병원체와 노닥거리는 직업 특성상 위험(dangerous) 하며 수술 역시 상당히 힘든(difficult) 작업이다. 즉 의사라는 직업은 이 사회에서 천대받고 핍박받는 3D업종의 D를 전부 모은 D의 일족의 일원이지만, 의사를 3D업종이라 핍박하는 이는 없다. 그저 의느님일 뿐이지. 그게 다 돈 때문이다. 당장에 청소부가 돈만 잘 벌어봐라. 결혼정보회사에서 청소부의 랭크는 수직상승할 것이며, 이 땅의 여자들은 청느님을 외칠 것이다. 그리고 매디컬드라마가 아니라, 청소부의 삶과 야망과 사랑을 그린 클리너 드라마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를거다. 하지만 현실은 그딴거 없고, 더러운일 하는 주재에 돈 못번다고 천대받는다.

만일 방송시장에 혁명의 바람이 불었다 치자. 배우보단 일러스트를 통한 방송과 광고가 대세가 된다. 즉 그림쟁이들의 수요가 무지막지하게 늘어난다. 또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도 자본이 펑펑 들어가면서 판타지와 SF 분야 글쟁이들의 취업의 기회가 대폭 상승된다. 즉 그림쟁이와 글쟁이들이 노났다. 그리고 골방에 틀어박혀서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러스트레이터 연습하고, 판타지 팬픽 쓰고 자빠져 있고, 위키나 수정하고, 블로그에 애니메이션 관련 논평이나 올리는 인간들은 누구겠는가? 오타쿠다. 하지만 저런식으로 시장구조가 바뀐다고 해서 오타쿠의 대접이 좋아지는건 아니다. 설령 그림산업이 석유산업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그 세상에서 그림이 좋아서 미치는 인간은 오타쿠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분야에 너무나도 몰입하는 엄친아, 엄칠딸 직업인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세상에서 수학오타쿠, 과학오타쿠, 영어오타쿠 라고 부르지 않는 것처럼, 그 세상에서는 애니오타쿠란 없는 것이다.[각주:3]


2. 다만 그 분야가 돈이 될 가능성이 지극히 적어야 한다.



1번과 2번을 충족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많다. 가령 축구를 하는 일도 그 일례다. 물론 축구선수 같은 직업을 해서 돈을 벌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축구선수해서 돈 벌겠다는건 만화가 해서 돈 벌겠다는 것 만큼 별세계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 좋아하는 애들은 덕후 취급 안받는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 거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심지어는 아이돌에 빠져사는 애들도 오타쿠 취급은 안한다. 뭐 변형어인 '덕' 자를 붙여서 축덕, 야덕, 소덕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놓기는 했지만, 축구오타쿠, 야구오타쿠, 소녀시대오타쿠. 라고 풀내임으로 말하는 일은 별로 없다. 뭐 찾아보면 있기야 하겠지. 하지만 거의 없다. 사실 소녀시대 빠돌이 하는건 애니메이션 보는것 이상으로 비생산적인 행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시빠가 오타쿠 취급 안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 빠져사는 분야가 소수파가 좋아하는 분야여야 한다.



한국의 20, 30대 남정내 치고 소녀시대 안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세상을 움직이는건 다수결이다. 똑같이 돈없고 빽없는 상태라면 쪽수가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사실 돈이나 빽이 있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서양권에서는 이미 만화책이나 보던 녀석이 컴퓨터 고수거나, 뭔가 특출난 점이 있거나 하는 일이 일종의 클리세로 자리잡았지만[각주:4],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대접이 그리 나아지지는 않았다. 즉 소수파는 무지하게 외로우며, 고달프다. 하지만 다수파의 경우에는 똑같이 돈 안되는 소녀시대 빠돌이질, 빅뱅 빠순희질이나 하고 그닥 욕 안먹는다.

그 외에 소수파의 분야라 하더라도 뭔가 외향적인 분야의 경우에는 덕 취급 안받는 경우가 많다. 가령 당신이 한국에서는 인기가 거의없는 조정에 미쳐사는 사람이라고 해보자. 그것이 뭐 커다란 흠이 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장점이 됬으면 됬지. 본디 한국은 육체노동을 경멸하는 사회이며, 아직까지도 그러한 영향이 무지 남아있지만, 그와는 별개로 육체적 힘과 육체적 아름다움 자체는 꽤나 숭상하는 사회로 변했다.


1. 한가지 분야에 열중할것.
2. 그 분야가 돈이 안될것.
3. 그 분야가 소수파의 분야일것.


대충 이거 3가지 빼면 남는건. 애니, 건담, 미드, (학교에서 안 배우는 분야의)역사, 밀리터리, (한국에서 인기없는 종류의)게임. 소설. 즉 우리가 오타쿠라고 부르는 분야의 취미들이 남는다. 그 외에 지우개 조각이나, 나무젓가락 깎아서 조형 만드는 매우 특이한 분야도 가끔씩 눈에 띄긴 하지만, TV에 나온 지우개 조물락 거리는 장인이 만든 것은 건담이고, 나무젓가락을 깎아서 만들어진 것은 참백도 혹은 AK47이니. 애초에 저3가지 충족시키는 이들은 뭔 취미를 주력으로 가지건 간에 애니메이션 정도는 꼬박꼬박 본다. 정도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싶다.


번외편 코딩덕후.


다만 프로그램 코딩이 너무 좋아 미치겠어요! 하는 작자들의 경우에는 오타쿠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2번 에서부터 걸러지는데 말이다. 대한민국의 IT 환경이 너무나도 시궁창이라 프로그래머들의 취업자리가 없기 때문일까? 물론 업계 종사자들 중에서 가끔씩 그런말을 하는 이들도 있긴 하겠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프로그램이 좋아 미칠 지경인 사람은 오히려 기업 입장에서 부족해서 미칠 지경일 것이다. 취직 못하는 프로그래머는 뭐 학원에서 C조차도 안배운채 초패스트 자바 하나 배우고 프로그래머랍시고 유새떠는 저글링형 프로그래머겠지. 진짜로 덕후적 성향이 있는 프로그래머는 오히려 회사에서 모셔갈 지경이다.
그들에게 출근시간을 지킬 최소한의 사회성이 남아있다면 그들은 A급의 인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딩덕후가 오타쿠 취급 받는 이유는? 뭐 간단하다.

 애니, 건담, 미드, (학교에서 안 배우는 분야의)역사, 밀리터리, (한국에서 인기없는 종류의)게임. 소설. 컴퓨터 역시 이 겹치는개 매우 많은 분야의 일원이며, 코딩은 그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지껄이 중에서 일단은 궁극이니까. 대충 비스무리한 부류로 치는 듯 싶다.


  1. 다만 영미권에서는 이쪽 분야에 간다는 것 자체가 Nerd 취급받기 딱 좋을 일이니. 좀 애매모호 하다. 하지만 여긴 한국이다. [본문으로]
  2. 물론 어딘가에 찾아보면 나오기야 하겠지. 인터넷은 넓어! [본문으로]
  3. 물론 애니를 그리거나 하지는 않고, 보기만 하는 인간이 더 많다. 하지만 그들이 그 세상에서 오타쿠가 되지 못한다. 이유는 3번에 있다. [본문으로]
  4. 물론 이건 드라마 각본쓰는 이들이 Nerd(오덕)와 Geek(씹덕) 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도 한몫 한다. [본문으로]
  1. 아주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하하하.
  2. 재밌게 보고 갑니다 ~ ㅎㅎ
    알찬 하루를 보내세요~
  3. 먹고사니즘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낳은 폐혜...
    (이 짐순이가 뭔 소리를 하는 거냣! 철커덕 두두두두두)

    저는 오덕이 아니라 연방의 폭죽 미소녀~~~~ 샤랄라~
  4. 결국 돈이 안된다면, 해당 분야에 대해 쌓은 전문성과는 무관히 싸잡아 오덕이라 불린다는 사실이 씁쓸하긴 합니다.
    예전 애니메이션 관련 방송에서 누군가가 나와 애니메이션 해설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조차 오타쿠라 불리더군요.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관련 책도 낸 사람이었는데.....
    • 2012.12.12 14:58 신고 [Edit/Del]
      맞습니다. 돈을 어느정도 벌게 된다면 오덕이 오덕이 아니게 됩니다. 혹은 오덕이라는 단어는 그대로라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게 되죠. 근데 또 돈을 위해서 한다 라는 것이 되어버리면 낭만은 퇴색되어 버리지만, 돈은 무시할수 없으니 이거 참....
      ...
      ...

      이상 이라는 것이 내가 다르단 것과 깨달았지만 결국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갈 뿐인 UBW의 시로와 갔군요. <<이 중2병 자식아!!!!!
  5. 결론은 여러가지를 마스터해라!!!! 대규모 업데이트하면 또 다른 마스터플랜이 등장합니다. 넘어서세요 모든것을!!!

    ........(....)
  6. 뭐가 어쨌든.. 전 오타쿠 아닙니다. (누가 뭐래!?)
  7.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저 돈을 못버는 사람이 천할 뿐이다." 정말 정곡을 찌르셨네요 ^^b
    컨텐츠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이고, 방콕하는 소수파인 것도 매우 중요한 특성이구요

    서양에서 nerd, geek 등은 과학기술에 너무나 정통한 나머지, 일반인이랑은 대화가 안 되는 이세계인 취급을 받긴하지만, 전문가라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나중에 오타쿠와 geek에 대해 비교문화론적 논문을 쓰면, 흠...흠... 이것도 서양에서나 읽힐 거 같군요;;;
    • 2012.12.13 16:03 신고 [Edit/Del]
      뭐 사실 이건 시간이 해결해줄 문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양권에서 오타쿠계층이 기본적으로 태동한게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거든요. 뭐 그래도 기존 유교 사회가 급속도록 천민 자본주의로 붕괴중이니 돈만 있으면 어찌 될겁니다.. ^^ 희소식이에요! <<야!
  8. 찰지구나
    덕후의 기본소양
    1.하악하악
    2.찰지구나
  9. 그저 공감합니다
  10. H.S
    아.. 님아.. 청소부의 삶과 야망과 사랑을 그린 클리너 드라마라니..^^;;
    사무실에서 읽다가 뿜을뻔 했어요..ㅋ
  11. 재미난
    ㅇㅅㅇ... 오타쿠라는 단어의 뜻은 1번에만해당되는데;;
    • 재미난
      2013.04.22 15:46 [Edit/Del]
      그리고 능능거리면서 학학거리는거들은 그냥 차칸덕후들 욕먹이려는 장애인들이지 덕후가 아니라는;;
  12. 저도 오타쿠와 과학자들이 단지 똑같은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이 글이 공감합니다.
  13. 옛날이야기
    옛날엔 분명 오타쿠가 욕을 들었는데요..
    요즘은 일베가 그 욕을 다먹어서^^;;

    오타쿠 >>> 일베 오유 디갤 인듯...

    적어도 오타쿠는 남들에게 피해는 안주니까요^^ 즐거움을 줬으면 줬지.. (여러가지 의미로 ㅎ)
  14. d
    일본문화를 좋아하며 모으면 덕후아닐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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