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트제로 성배문답과 인류의 선악관념.페이트제로 성배문답과 인류의 선악관념.

Posted at 2012.09.11 06:00 | Posted in 리얼월드/리얼월드 역사

가장 오래된 문학이라고 일컬어지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보다 보면 그때 그시절의 인류의 윤리의식이란게 말그대로 시망이라는 것을 절실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길가메시서사시에 씌어져 있는 윤리관을 대충 요약해 보면, 인간은 위대하신 신이 만드신 좆나 하찮은 피조물에 불과하며 불로불사 따위는 꿈도 꿀 수 없고, 그나마 왕이나 귀족같은 신의 피가 어느정도 섞인 분들은 그보다 쬐끔 덜 위대하니 우리는 닥치고 그분들의 말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그분들 조차도 불로불사 따위는 꿈도 꿀수 없다. 위대한 신들에게 영광있으리! 정도입니다.
진짜. 레알. 정말로 그렇습니다. 길가메시 서사시 뿐만 아니라 수메르신화를 읽다보면 그리스로마신화나, 게르만신화, 겔트신화 정도면 상당히 진보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신화에는 어느정도의 윤리의식이란 것들은 있으니 말이죠. 단 헤라클레스 처럼 그 기원이 신석기시대 정도로 내려가는 유서깊은 신화의 경우에는 ‘법 없이 사는 그리스의 쿨가이.’ 가 어떤 것인지 절실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자가죽을 뒤집어쓰고, 나무막대기를 주무기로 사용하는 영웅 헤레클레스.
그의 기원이 석기시대나 그근처임을 우리는 쉬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는 석기시대나 그근처 수준의 윤리관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애니메이션화가 되기도 한 소설 페이트제로의 상징적인 이벤트인 성배문답은 그러한 인류 의식의 진보를 대충 말해줍니다. 왕도에 대해서 말하라는 말에 신화시대의 왕인 길가메시와, 고대시대의 왕인 알렉산더 대왕과, 고대와 중세 사이언저리쯤의 왕인 아서의 대답이 다 다릅니다.
우선 길가매시의 왕도는 자신의 법을 관찰시킨다 입니다. 좀 멋있게 표현되기는 했습니다만, 그 요체만 놓고 본다면 길가메시의 왕도라는 것은 내멋대로 한다. 입니다. 자신의 나라의 백성의 목숨을 지키고, 백성의 목숨을 위협하는 괴물들을 처치하는 것 역시 그들에 대한 봉사정신이 투철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백성들이 길가메시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길가메시 서사리를 읽어보면, 그 시대의 도덕관념이란 딱 이정도 수준입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왕도는 정복과 유린 입니다. 이 역시 도덕적으로는 뭔가 아닙니다만 알렉산더 대왕은 최소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는 합니다. 자신의 꿈을 보여줌으로 인해 추종자를 이끓고, 그 추종자들과 함께 나아간다. 하는 식으로 말이죠. 이는 무언가 엇나가기는 했지만, 최소한 자기 동지와 부하는 생각하는 다신교의 영웅들이 보여주는 선악관념과 엇비슷합니다. 그리스신화 최강의 영웅이자, 최강의 깡패라 하는 헤라클래스. 말할 것도 없는 깡패입니다만, 최소한 자기 친구에 대한 의리는 지키는 녀석이었습니다.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은 소싯적에 헤라클레스 코스프레를 했을 정도로 헤라클레스를 좋아한 인물 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명목상은 주인공 입니다만, 왠지모르게 웨이버X이스칸달(알렉산더) 에게 주인공 자리를 강탈당한 듯한 아서왕의 대답은 '백성을 위해 신명을 바친다.' 입니다. 이 말에 알렉산더와 길가메시는 그를 바보취급합니다만, 사실 밑에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서왕이 이 왕도가 세명의 왕의 왕도 중에서는 가장 괜찮습니다. 길가메시의 왕도는 그냥 내맘대로 하겠어! 일 뿐이고, 알렉산더대왕의 왕도는 따른애들 욕망은 채워주지만 그건 결국 내맘대로 하겠어! 를 위한 사탕발림일 뿐입니다.
그에비해서 세이버짱응은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다음을 받쳐 봉사를 하겠다고 합니다.




왠지 요 일러스트 양키가 그린거 같아 ㅇㅅㅇ


아서왕의 활약시기는 약 5세기 ~ 6세기 입니다. 하지만 아서왕이 본격적으로 숭배된 시기는 중세입니다. 아니 사실데로 말하면 아서왕이라는 영웅은 중세시대때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이라고 보는게 옳습니다. 즉 아서왕의 행동방식은 중세기사의 이상적인 행동방식 입니다. 그리고 중세 기사의 경우에는 뭐 실제로는 헤라클레스한테 형님! 할 정도의 깡패이기는 했습니다만, 그들은 깡패짓이 뭔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고, 거기서 기사도라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저는 기사들이 기사도를 지켰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깡패짓이 나쁜거라는 인식 자체가 없이 깡패짓 했던 길가메시 시절에 비하면 깡패짓이 뭔가 나쁜짓이라는 걸 알고 깡패짓한 서양의 중세는 상당히 진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인본주의라는 사상이 그럭저럭 자리잡았고, 그게 도덕적으로는 주류의 자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만 역시나 그 인본주의를 누구나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무언가 나쁜짓을 하면서 그게 나쁘다 라는건 알고있을 뿐이고, 그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길가메시는 물론이고, 이스칸달이나, 세이버 시절에 비해서도 나쁜짓 하는 이들의 비율이 줄어들기는 했을 겁니다. 결국 인류의 보편적 윤리와 박애정신은 그럭저럭 진보하고 있달까요...


뭐 애니를 예로 들기는 했지만
수메르 시대 막장 윤리보다는
그리스로마 준막장이 낫고
그리스로마 준막장 보다는
기독교 준준 막장이 낫고
기독교 준준 막장본다는
현대윤리가 낫습니다.


설마 우로부치는  이딴것 까지 생각하고 페이트 제로를 썻을까?
  1. 진보하고 있다고 보아도 되겠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쪽에서의 그런 모습은… 더 심하다고 봅니다. 전.;;
    원래 보이지 않는 폭력이 더 잔인한 법이니까요 ㅋ
    • 2012.09.11 11:53 신고 [Edit/Del]
      보이지 않는 폭력을 폭력이라고 인지하는 것부터가 어느정도는 진보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금삐까시절에는 그게 문제 자체가 아니었으니까요.
  2. 금삐까 시대야 뭐 그렇고 그런, 왕도 인권보장 어려울땐데요. 저렇게 비뚫어져도 말로가 불쌍하니 걍 냅두는거죠.
    아더왕은 기네비아 얘기가 나오는 걸 봐서 실존인물에 가까울 것 같습니다.
    실제 기네비아는 청순가련 미소녀가 아니라 잔혹한 철혈여왕이라더군요.
    • 2012.09.11 11:53 신고 [Edit/Del]
      흠 글쎄요. 저는 실존인물인지 아닌지 말하기 어렵다고 봐요. 당장에 지크프리트만 하더라도 지크프리트 신화에는 아틸라가 나오는데 아틸라가 실존이니 지크짜응도 실존! 이라고 외치기에는 좀 구린 구석이 많죠. 물론 아서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야 어딘가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지만, 그 인물과 실제 아서왕의 갭은 생각하는거 이상일듯요.
    • 2012.09.11 12:14 신고 [Edit/Del]
      저야 이쪽은 잘 몰라서...

      기네비아 애기를 한 건 의외로 아더왕 전설의 실존 여부를 높게 친다는 거죠.
      기네비아가 사실 주인공도 아니니...
      갭이야 구바문학의 특성상 자꾸 전승이 되며 변화하는 거니 당연한거구요.
      사실 삼국지 연의도 구비문학인데 명나라 나관중이 정착한 거니까요.
      (물론 아더왕 전설과 삼국지 얘기는 차이가 크긴 합니다만)
      삼국지도 실제 삼국시대랑 갭이 너무 큽니다.
      오히려 창천항로가 본질적인 삼국시대 이야기죠.
      (이문열 삼국지를 읽던 사람들에겐 이해가 안되겠지만)
      언월도를 그때는 안썼다고 이거 다 구라야 할 수는 없으니까요.
      걍 브리튼 7왕국시절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맘이 편할듯 합니다.
    • 2012.09.11 12:28 신고 [Edit/Del]
      뭐 사실 신화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적인 영웅과 실제 역사의 인물을 동일시 하거나 둘이 알고지넸다 내지 동시대에 살았다 식으로 엮는 것은 꽤나 자주있는 일입니다.
    • 2012.09.11 12:33 신고 [Edit/Del]
      세이버의 12기사 컨샙은 사를마뉴의 12기사 컨샙과 완벽하게 겹치며,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예수 그리스도의 12명 추종자와의 관계도 좀 있어 보입니다. 그 외에 호루스나 미트라 조로아스터도 하필이면 10명도 11명도 13명도 아닌 12명의 제자가 있었다 합니다. 원탁의 기사 자체는 어느정도 상징적인 요소가 있달까요.
  3. 미주랑
    .......페이트 제로가 대단한 작품인가 보군요...이런 생각거리를 무궁무진 하게 릿찡님에게 주는걸 보니 말입니다.

    신화나 종교의 일부모습은 섞여 있다는 '다빈치코드'의 내용이 얼핏 그럴듯 하게 생각되기도 했었죠.

    그러고 보면 다빈치코드도 나름 대단한 작품.
    • 2012.09.12 11:49 신고 [Edit/Del]
      초반에 말한 야훼가 제우스의 모습을 빌렸다 라는 논제. 기독교 계에서는 죽이 되도록 까고 있지만 최소한 <미술> 분야에서는 그거 맞습니다. 덴 브라운이 제대로 짚은 거죠. 본래 유대의 민족신 야훼는 딱히 뭐라 묘사된 모습이 없으니 르네상스 시절 야훼를 그리기 위해 과거의 최고신 제우스의 모습을 참고했을 밖에요. 또 그게 정형화되어 야훼의 모습 = 긴백발과, 흰수염을 휘날리는 간지폭풍 노인내. 로 정형화 되어 버렸고.
  4. 글 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페이트 제로의 성배문답을
    역사의 연대기순으로 등장하는 세 명의 지도자를 놓고 보아,
    윤리의식의 발전과정에 통합시켜서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헌데 그것에 대해서 정말로 윤리사상이 '발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약간 회의적인 느낌이 없잖아 있네요.

    길가메시의 경우는, 신권정치가 보편적으로 지배하던 시절의 인물(?)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이스칸달이나 아서왕의 경우는 (비록 당대에 '신'이라는 개념이 존재했을지언정)
    신의 뜻이 곧 정치 지도자의 뜻으로 직결되지는 않았죠.

    세계사적으로 검토해보았을 때, 이스칸달은 헬레니즘 시대의 인물이었고,
    당시 신진학문으로 부상하던 것이 바로 스토아철학입니다.
    그 외에도 키레네 학파나 에피쿠로스 학파가 등장하지만, 어찌되었던 이들이 모두 빈번한 전쟁에 대해서 자기방어적 태도를 내세우는 데에 공통적으로 동의했다는 점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로써 결국 개개인은 서로의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추구하게 되는데,
    아무리 국가 지도자라 하여도 이것에서 제외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는 개인의 사회적 책임보다 자기자신의 안위를 중시하는 덕목이 만연했던 것에 지나지 않을 뿐,
    윤리의식의 미개함(?)과는 다소 다른 차원의 문제라 생각되네요.

    반면 아더왕 설화는 말씀해주신 것처럼 중세 시대에 집필된 작품이니,
    아무래도 중세의 다양한 덕목이 불가피하게 포함되었으리라 봅니다.
    그러한 덕목 중에 우리도 잘 알고있는 것은 바로 '기사도'라는 것인데,
    기사도는 기사가 자신의 주군에게 몸을 바쳐 섬기는 책임감 위주의 덕목으로 구성되어 있죠.
    물론 세이버의 경우는 기사가 아니라 주군의 지위에 있지만,
    기사출신이었던 왕이기에 그 자신이 기사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음..
    릿찡님의 말씀처럼 철학사를 '인본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본다면
    인권을 중시하는 덕목을 더 진보한 것으로 간주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만,
    사상을 단순히 '인본주의'에만 국한시켜서 그 가치를 논할 수 없듯이,
    성배문답에 등장하는 일련의 가치관들도 조금 다양한 시각에서 신중히 검토되어야하지 않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나름대로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글을 쓰신 것 같은데,
    건방지게 초면부터 제 알량한 지식으로 츳코미를 걸어드려서 죄송합니다...
    애니메이션을 토대로 이런 심오한 주제의 글을 쓰는 분이 소수인 만큼,
    개인적으로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다음에도 시간이 되면 다른 것들도 읽고 짧게나마(?) 감상평을 달고록 하겠습니다. ㅎㅎ
    • 2012.09.18 00:06 신고 [Edit/Del]
      매우 날카로운 덧글이네요. 저 역시 글을 쓰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 역사가 진보한다는건 어찌보면 어리석은 생각일지도 모르죠. 그저 그 방식의 밈이 밈의 유전에 합리적이기 때문에 전해내려오는 것일 뿐 그 이상가는 무언가를 논의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결국 진보라는 것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의식을 가진 인간 스스로가 정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리고 길가메시 시절에 대해 그말을 쓴 것은 실제로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어본 뒤 그 시절의 윤리에 대해 실망했다가 얼마후 인류는 발전하고있다. 라는 사실에 도리어 안도한 경험 때문입니다. 물론 그 발전이란 것 역시 굉장히 주관적 이지만요.
      하지만 저와 같거나 비슷한 주관을 가지신 분들이 그리 적진 않은갈로 알고 있습니다.




      Ps - 폰으로 써서 오타가 많으니 양해해주세요
  5. 붉은빛보석
    본문의 글도 그렇고 댓글들도 그렇고 상당히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사실 이런 논란거리를 만들 수 있게 만들었다는게 우로부치씨의 대단함이겠죠.

    개인적으로 Fate zero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씬인데, 아서왕-세이버의 가치관을 다른 시대를 살았던 왕들의

    시점으로 콕 집어서 비판했다는것이 정말 마음에 드는 씬이였습니다.

    사실 이스칸달과 아서왕의 입장은 동전의 반댓면이랄까요. 서로 절대 공감할 수 없는 입장이겠지요.

    • 2012.09.23 18:16 신고 [Edit/Del]
      글쎄요. 저는 오히려 아서와 길가메시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봐요. 이스칸달은 어찌 되었던 간에 자신의 신민을 '무시'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의 꿈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는 신민들이 그를 '추대' 한 자발적인 따름이죠. 그러한 리더쉽은 현대사회에서도 충분히 통하며 그렇기에 이스칸달이라는 캐릭터가 페제 최고의 인기 캐릭터가 됬다고 생각합니다.

Name __

Password __

Link (Your Website)

Comment

SECRET | 비밀글로 남기기